1. 기다림만 남은 하루
  2. 투어 시작
  3. 우아스카란 국립공원
  4. 돌아오는 길
  5. 여행 경로
  6. 여행 경비

기다림만 남은 하루

새벽 4시에 기상해야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날 파론 호수의 즐거움이 아직 가시지 않은 기꺼운 상태로 투어 회사의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늦은 약속 시간인 5시 40분 이후 10분… 20분… 30분… 아무리 기다려도 차는 오지 않고 따로 가이드로부터 온 연락도 없다.

가장 먼저 투어 회사의 WhatsApp으로 항의 문자도 하고 전화도 해봤는데, 새벽 6시라서 출근을 안 했는지 아무런 응답조차 없었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투어 회사의 사무실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고 발만 동동 구르며, 약 20분을 기다리던 중 웬 남자가 나를 이상한 눈으로 흘깃 쳐다보며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무조건 반사처럼 다가가서 능숙하지 않은 스페인어를 속사포처럼 뱉어냈다. 그랬더니 떨떠름한 듯한 반응을 보이며 알았고, 자기가 데려온 손님들을 먼저 응대해야 하니 마냥 20분을 기다리라는 것이다. (이때 진짜 머리끝까지 화가 났었다)

이때 마침 떠오른 것이 어제 파론 호수 가이드의 WhatsApp을 알고 있어서 그에게 연락했더니, 다행히도 일어나 계셨는지 바로 알아봐 주셨고, 투어 회사의 다른 직원이 거리에서 다가왔다.

직원이 말하기를 오늘은 69 호수를 향하는 도로가 모종의 이유로 막혀있어서 어쩔 수 없이 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오늘 다른 투어로 변경할 것인지, 내일 69 호수를 갈지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힘없는 여행객이 별 수 있나, 일단은 꼭 방문하고 싶었던 69 호수를 다음날 가기로 하고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었다.

그러나 다음날 가이드에게 들은 이야기는 달랐다. 이날에도 투어는 정상적으로 운행되었고 심지어 이 투어 회사에서 출발한 고객들도 있었다는 것과 하지만 어디에도 필자의 이름은 명단에 없었다는 것. 어느 쪽 말이 맞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임은 틀림없었지만, 정황상 아무리 봐도 투어 회사가 실수해놓고 미안하단 말 한마디 안 하고 뻔뻔하게 대응했음이 분명해 보였다. (평점 높다고 무조건 믿지도 말고 위의 투어 회사는 이용하지 않으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어쨌든 한바탕 투어 회사를 다녀오고 나니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났고, 하루 더 머물러야 함에는 분명했으므로, 마음을 편히 가져보니 배가 고파왔고, 노점상이 눈에 들어와서 안 먹어본 칼도 데 코르데로를 시도해 보았다.

칼도 데 코르데로 노점 아주머니 칼도 데 코르데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칼도 데 가이나처럼 고깃국물을 이용한 국물 요리인데 코르데로는 양고기 육수라고 한다. 또한 푹 불어있는 마카로니가 건더기로 들어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일용직 일 나가기 전에 먹는 새참 같은 기분이 들긴 했지만, 진한 육수는 진짜였다.

하루의 여유가 생겨서 숙소에 세탁기가 있는 김에 여행을 떠난 이래로 첫 세탁을 했다 (첫 세탁이라서 기념으로 찍음)

동작 중인 세탁기


빨래 건조대까지 있어서 너무 좋았다. 따뜻한 물만 잘 나왔어도 정말 좋은 숙소였는데…

빨래 건조대 위에 건조 중인 옷들


어쩌다 보니 생긴 여유 시간 동안 개인 정비, 블로그 포스트 등을 하다 보니 다가온 저녁 시간. 친구가 추천해 준 안티쿠초가 무슨 요리인지 궁금해서 우아라즈 야시장을 가볍게 돌아다녀 보았다.

안티쿠초 노점상


안티쿠초란 페루식으로 소 심장(염통)을 꼬치에 꿰어 양념에 재워 구운 요리쫄깃쫄깃하고 매운 양념은 넣을지 말지 선택할 수 있었다. 혹시나 필자의 입맛에 안 맞을 때 대비해서 치킨 꼬치도 구매했는데, 뼈가 붙어있어서 먹기가 불편했고 오히려 치킨이 더 맛이 없었다. 안티쿠초가 맛있어서 다행이긴 한데, 치킨이 실패라서 결과적으로 좋은 건지 모르겠다.

소 심장 안티쿠초 치킨 꼬치구이



투어 시작

그렇게 하루 늦게 시작된 투어. 그래도 어제 일이 신경 쓰여서였는지는 몰라도 가이드가 직접 필자의 숙소 앞까지 걸어와서 버스까지 수행해 주었다.

투어 픽업 버스


사실 늘 그랬듯이 밴을 타고 이동할 줄 알았는데, 커다란 버스에 올라서 살짝 놀랬었다. 버스에는 페루인, 스페인인 등 약 23명인 다수의 투어 일행이 탑승해 있었다.

버스 위의 투어 일행들


차크라라우산에 대한 이야기들과 각 포인트에서 얼마나 머물게 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호수를 향하던 중 너무나도 아름답던 창밖 풍경

69 호수로 향하는 길에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과 설산 69 호수로 향하는 길에 페루 농장들


레크레오 로스 리소스 식당

도착한 아침 식당. 트레킹 시간이 긴 편으로 점심시간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호수에 올라가서 간단하게 먹을 점심거리도 이곳에서 사서 올라가야만 했다. (필자는 아무것도 안 먹었지만)

레크레오 로스 리소스 식당 외관 레크레오 로스 리소스 식당 입구



아침 메뉴를 고를 때 가장 크게 고려했던 점이 따로 점심을 챙기지 않을 생각이었고, 추정 절대 거리만 해도 약 15km인 오랜 트레킹을 해야 했으므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싶어서 유일한 국물 요리였던 칼도 데 가이나를 주문했다.

다른 식당에서 먹었을 때는 면이 들어가 있거나 밥을 따로 주셨는데, 이곳에서는 퀴노아로 보이는 건더기가 들어있었다. 밥보다는 죽에 가까운 식감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약간 쫄깃한 느낌이었다.

칼도 데 가이나



우아스카란 국립공원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이동 중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오르시는 낭만을 마주했다.

자전거를 타고 호수를 향하는 여행객


솔직히 의문이었던 것이 매표소의 이름부터 페루 정부가 관리하는 우아스카란 국립공원에 대한 입장료라면 파론 호수 방향이나 69 호수 방향이나 사실 똑같은 국립공원의 울타리 안에 있는데 어찌하여 입장료는 다른 것인가?


양가누코 계곡 호수

매표소를 지나고 얼마 안 가 금방 보이기 시작하는 양가누코 계곡 호수

버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양가누코 계곡 호수



240도 파노라마 양가누코 계곡 호수 전경


호수에는 약 5분 정도 매우 짧게 머물렀는데 여러 여행사에서 동시에 방문하다 보니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 한 장 찍기가 참 어려웠다.

양가누코 계곡 호수 양가누코 계곡 호수에서 블로거


트레킹 시작

짧았던 호수 촬영 시간을 마치고 다시 이동하는 길. 중간에 올꼰코챠 호수가 있었지만, 이곳은 멈추지 않고 지나갔다.

69 호수로 향하는 길


도착한 트레킹 시작 지점. 따로 주차장과 같은 장소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69 호수로 향하는 갈림길부터 차가 들어갈 수 없게 막혀있고 그 앞 도로에 여행사들의 차량이 죽 주차되어 있었다.

69 호수 트레킹 시작 지점



멀리 보이는 올꼰코챠 호수와 함께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던 아름다운 풍경

트레킹 시작 지점에서 바라본 전경 트레킹 시작 지점에서 블로거


240도 파노라마 트레킹 시작 지점 전경


자 이제 출발해 볼까요?

69 호수 트레킹 경로 표지판


휴게소

약 300미터 정도 진행하면 카페와 같은 쉼터와 화장실이 나온다. 필자의 기억에 더 진행할 경우 호수까지 다른 화장실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1솔이 아까워도 꼭 들르시길 추천한다.

휴게소 카페 휴게소 화장실



나무 위에 건조 중인 판초들. 이것이 진정한 자연 건조인가?

나무 위에 걸려있는 판초들


대략적인 트레킹 경로가 그려져 있는 지도. 아직은 경사가 거의 없는 평지를 쭉 걸으면 되었다.

69 호수 트레킹 경로 지도 우아스카란 국립공원 풍경


2km 지점

호수까지 편도로 약 7km이기 때문에 약 2km 지점으로 아직은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호수까지 5km를 나타내는 표지판



열심히 걷다 보니 화장실 들르느라 놓쳤던 같은 투어 일행 선두 그룹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또 발동한 경쟁심리)

트레킹 중인 투어 일행들


모닥불 같은 나무들이 쌓여있던 건물의 모양이 특이해서 찍어보았다.

모닥불 같은 나무들이 쌓여있던 특이한 모양의 건물들


서로를 챙겨주고 있는 소들의 모습 (어김없이 떠오르는 황조가)

서로를 챙겨주고 있는 소들의 모습


양쪽에 나무들이 보이면서 이전 구간과는 조금 달라 보이는 구간을 지나가는 중. 하지만, 여전히 지반은 평평하고 걸을 만했다.

양쪽에 나무들이 보이면서 이전 구간과는 조금 달라 보이는 구간


몰랐는데 나 등산 좋아했네(?) 혼자 이어폰 꽂고 발 닿는 대로 걷는 것은 원래 좋아하긴 했었는데, 이왕 걷는 거 산을 오르니까 보람차다는 말이 확 와닿는 느낌이랄까

작은 폭포와 블로거


아마도 눈이 녹아서 흘러 내려오는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폭포였는데, 역시나 사진에서는 특히나 화질을 낮춘 상태로는 그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지 못하는 것 같다.

눈이 녹아서 흘러 내려오는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폭포 눈이 녹아서 흘러 내려오는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폭포와 블로거


눈앞에는 설산, 옆에는 폭포, 뒤돌아보면 계곡 그야말로 삼위일체 트레킹

우아스카란 국립공원 풍경


사실 어젯밤에 비가 와서 길이 지저분할까 봐 걱정했었는데, 땅이 대체로 건조 잘되어있기도 했고, 중간중간 이런 작은 냇물이 깨끗하게 신발을 씻어주어서 좋았다.

냇물이 흐르고 있는 등산로


4km 지점

절대거리 기준으로 대략 절반 정도 지점으로 약간의 경사가 있던 등산로에 마치 휴식을 취하고 지나가라는 듯이 꽤 넓은 평지가 펼쳐졌다. 실제로 많은 여행객들이 이곳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호수까지 3km를 나타내는 표지판



240도 파노라마 트레킹 4km 지점 전경


혼자 여행하면서 느낀 점이 다른 사람들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는 것에 좀 더 거리낌 없고 마음이 편하다는 것 (물론 원하는 사진 구도가 나오기는 쉽지 않지만)

일행이 있을 때는 일단 타인에게 부탁할 만한 상황 자체가 단체 사진 등과 같이 일행 모두 함께 사진을 찍을 경우로 한정되기도 하고, 일행들이 나를 찍어줄 때 추가 촬영이나 수정 촬영을 물어보는 것이 어색하달까 미안한 감정이 들어서 잘 안된달까?

필자가 촬영해 주는 것은 얼마든지 마음이 편한데, 가까우면 더 가까운 사람일수록 반복적인 촬영을 요청하는 것은 뭔가 낯선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보다 더 어렵고 미안하게 느껴진다.

트레킹 4km 지점에서 블로거 트레킹 4km 지점에서 블로거


콘수엘로 호수

사람들이 고개를 넘으면서 야트막한 탄성을 내뱉으시길래 뭐야 벌써 도착한 거야? 체감상 너무 빠른데? 하면서 올라갔는데 자그마한 콘수엘로 호수가 아름답게 설산과 어우러져 있었다.

콘수엘로 호수



240도 파노라마 콘수엘로 호수 전경


포스트의 제목에도 적었듯이 이 트레킹은 단순히 69 호수를 보기 위한 여정이 아니었다. 산을 오르는 중간중간에 시선이 닿는 모든 순간이 그 과정들이 숨이 차도 꾸준히 걷게 만들어주는 동력이 되었다.

콘수엘로 호수에서 블로거 콘수엘로 호수에서 블로거 콘수엘로 호수에서 블로거


6km 지점

69 호수에 가기 전에 브로기 호수라는 작은 호수도 존재하나 드론 카메라 등으로 전경을 촬영하는 것이 아닌 이상 사진이 그렇게 이쁘게 나오지 않아서 그리 많은 사람이 들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약속된 시간 내에 69 호수만 올라가기에도 벅차서 그런 이유도 있을 것 같다)

69 호수와 브로기 호수의 갈림길 표지판


이 표지판을 보면서 생각했던 것이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안도감과 일반인 기준으로 오르기 힘들다는 악명에 비해서 쉽게 느껴지는 약간의 자만감이 떠올랐었는데

진짜 등산은 지금부터라는 느낌이었달까 마지막 1km 구간에서는 힘들어서 몇 걸음 올라가고 쉬고를 엄청 많이 반복했었다.

호수까지 1km를 나타내는 표지판



어차피 힘들어서 쉬는 김에 주변을 돌아보며 투어 일행들 기다리는 중

마지막 1km 구간을 올라오는 중인 투어 일행들


240도 파노라마 트레킹 6km 지점 전경


69 호수를 오르다 보면 정말 많은 소를 볼 수 있었는데, 해발 4,000m 이상의 산에서 자연 그대로 풀을 뜯고 사는 모습이 신기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도 소와 마주칠 수 있는데, 진짜 부딪히는 줄 알았다.

해발 4,000m 이상에서 풀을 뜯으며 사는 소


거대한 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인 커플이 아름다워 보여서 찍었다.

거대한 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인 커플


사실 사진 촬영은 함정이었고요. 필자를 찍어달라고 먼저 찍어드렸습니다. 다만 같은 앵글을 원하긴 했었는데, 그것을 위해 일부러 조금 산 아래로 내려가달라고는 차마 부탁하지 못했다.

사진 왼쪽 위의 브로기 호수는 덤

트레킹 6km 지점에서 블로거 트레킹 6km 지점에서 블로거 트레킹 6km 지점에서 블로거


고산에서 살아가는 식물들 그리고 꽃들을 볼 때면 항상 신기했다. 변덕스럽게 바뀌는 날씨와 강한 바람 및 낮은 기온 속에서 어떻게 저리 버텨내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것일까?

고산에서 생존 중인 털로 덮인 식물 고산에서 생존 중인 보라색 꽃 고산에서 생존 중인 보라색 꽃


69 호수

장장 2시간 30분가량의 여정 끝에 이번에는 진짜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69 호수

69 호수로 향하는 길


높이로는 약 700m, 거리로는 약 7km를 걸어서 도착한 69 호수

69 호수 69 호수에서 블로거



미네랄로 인해서라고 하는데, 어쩜 이렇게 호수 물빛이 에메랄드빛으로 아름다울 수 있는지

69 호수 69 호수에서 블로거


240도 파노라마 69 호수 전경


상기했듯이 혼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방법은 주변에 보이는 사람마다 가능한 한 많이 사진 촬영을 부탁하는 것이다. 한 명으로부터 긴 시간을 부탁하는 것은 어렵지만, 매번 다른 사람에게 약간씩의 시간을 부탁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마치 1명에게 10,000원을 달라고 하면 부담스러워할 수 있지만, 100명에게 100원을 달라고 하면 각각의 개인은 부담스럽지 않은 원리랄까?

아무튼 최소 10명 이상의 분께 부탁해서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추려보았다.

69 호수에서 블로거


그런데도 진짜 원하는 각도의 사진을 얻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긴 했다. 필자가 원하는 구도로 그분의 사진을 먼저 찍어드리고 그대로만 찍어달라고 해도 다른 그림이 나오니 원…

69 호수에서 블로거 69 호수에서 블로거


귀엽게 총총걸음을 하는 새. 사실 종종 벌새들도 자주 보였는데, 발견하자마자 찍으려고만 하면 너무나도 빠르게 사라져서 아쉬운 김에 호수의 새라도 찍었다.

귀엽게 총총걸음을 하는 새


이제 남은 시간 동안 편하게 호수 구경하면서 여유를 즐겨야지 하며 마음을 놓고 싶었는데, 이곳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한 마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의 흑소가 당신의 가방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면 어떨까? 처음에는 가까이에서 온순한 흑소를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여행객들의 가방에서 음식을 먹어본 기억이 있는 것인지 몰라도 온 데 간 데 돌아다니며 사진 찍느라 여념 없는 여행객들의 가방을 마구 헤집어놓고 다녔다.

69 호수를 돌아다니는 소



돌아오는 길

트레킹 시작 지점으로 돌아가는 길. 여느 산이 그렇듯이 날씨가 급변하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트레킹 시작 지점으로 돌아가는 길


이게 나이가 들어가는 것인지 몰라도, 과거에는 설령 우산을 갖고있어도 비를 마주치는 것 자체가 매우 불쾌하고 싫었지만(물론 지금도 어느 정도 여전하다), 지금은 비가 쏟아지는 길을 내려가는 상황조차도 기껍고 즐거웠다.

트레킹 시작 지점으로 돌아가는 중인 블로거


우아스카란 국립공원 안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소들. 사실 올라올 때는 호수에 오르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있어서 미처 심각하게 느끼지 못했었는데, 약 7km를 다시 돌아가는 길에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소똥이 펼쳐져 있어서, 이게 트레킹인지 소똥 피하기 게임인지 분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 것이 사실 이러한 환경이 진짜 자연이고, 현대의 우리 인간들이야말로 자연에 어울리지 않는 돌연변이 개체들 아닌가?

우아스카란 국립공원에서 사는 소들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인지 사람의 손이 닿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름답게 구형으로 침식되어 있던 유수 지형

유수 지형


돌아오는 길의 경우에 각자의 출발 시각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아몰랑 아무튼 오늘도 1등 했다!

사람 한 명 없는 버스 안


모두가 다시 버스에 돌아오기까지 약 7시간의 트레킹을 마치고 우아라즈로 돌아가는 버스 안

우아라즈로 돌아가는 버스 안


아르마스 광장

아침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트레킹과 이동밖에 안 했는데도, 해가 지고 한참 후에야 도착한 우아라즈

우아라즈에 도착한 버스


오늘도 따로 숙소 픽업은 없고 아르마스 광장 근처에서 모두를 내려주셔서 이왕 이렇게 된 거 밖에서 필요한 용무를 다 마치고 숙소에 복귀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아라즈 아르마스 광장



아마도 클럽 입장을 대기 중인 젊은 페루 친구들

밤의 우아라즈 거리


크루즈 델 수르 사무실

먼저 리마로 이동하는 버스표를 예약하기 위해 방문한 크루즈 델 수르 사무실

우아라즈 크루즈 델 수르 사무실



이곳은 표를 구매할 수 있는 작은 사무실이었고, 다음날 출발하는 버스는 다른 터미널로 이동해야 했다.

리마로 가는 고속버스표


치파 마우리스 식당

버스표 구매까지 마치고 나니 잊고 있던 허기가 몰려왔다. 치파를 먹은 지 좀 오래된 것 같아서 근처에서 리뷰많고 평점이 상대적으로 높은 식당을 찾아보았다.

치파 마우리스 식당



특정 고기만이 아닌 여러 가지 재료가 섞인 볶음밥을 주문했는데, 양이 진짜 200g씩 소분하면 삼시세끼 며칠은 먹을 만큼 나왔다. 거의 2인분은 먹은 기분만큼 배를 가득 채우고도 남은 절반은 포장해서 다음 날 아침에 맛있게 먹었다.

볶음밥이다 보니 특출날 것 없이 그냥 무난하게 맛있었는데, 아침에 식은 상태로 먹으니까, 쌀이 좀 수분이 적은 것 같이 푸석푸석해지긴 했었다. (동남아처럼 쌀의 조리법 차이라고 생각해서 딱히 불만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차우파 에스페시알


심하게 흔들렸던 차량으로 인한 오기가 반드시 포함되었겠지만, 하루에 대략 25km 이상 걸었더니 확실히 피로가 느껴지긴 했다. (근데 내일 아침에 리마로 이동해야 해요)

그래도 정말 무거워진 몸만큼 보람찬 하루였다.

애플 건강 데이터



여행 경로



여행 경비

경비는 1인 기준이다.

날짜 내용 현지 통화 원화
2025.10.18 아침 식비 5 PEN 2,091원
  저녁 식비 10 PEN 4,183원
2025.10.19 69 호수 투어비 59 PEN 24,674원
  아침 식비 26 PEN 10,876원
  물 700ml 1병 3 PEN 1,255원
  69 호수 입장료 30 PEN 12,546원
  69 호수 입구 화장실 사용료 1 PEN 418원
  리마행 고속버스 교통비 92 PEN 38,484원
  저녁 & 다음 날 아침 식비 27 PEN 11,294원
2025.10.18 ~ 19 총합 253 PEN 105,821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