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제부터 글의 시작은 언제나 라이딩
아침으로 미고렝과 오렌지주스를 먹고(사진은 어디로…) 국경을 건너왔으니 데이터 사용을 위해 선불 유심칩을 사서 핸드폰에 바꿔 끼고 라이딩을 시작했다.
정오의 말레이시아 햇살은 마치 우릴 잡아먹을 듯이 이글거렸고, 우린 뜨거운 태양 아래 달리고 달렸다.
말레이시아 도로를 보면서 느꼈던 점이 설령 시내에서도 인도도 없고 건널목이 잘 없었는데 실제로 거리를 그냥 걸어서 다니는 사람들도 잘 없었다.
대신 시내를 빠져나와서 국도를 타면 자전거용 도로가 따로 존재하며, 자동차 운전자들의 이륜차에 대한 배려가 남다름이 몸소 체감될 정도로 좋았다.
주행 중에 사람들이 거주할 만한 건물들이 보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물 자판기가 보였는데, 10센트 원화로 35원이면 약 1L의 물을 채울 수 있었다.
계절풍 같은 것은 잘 모르지만, 이때부터 느꼈던 것이 우리가 올라가는 북서 방향의 동선 내내 역풍을 맞아서 평지에서도 자전거가 앞으로 잘 안 나가서 무척 애를 먹었다.
Boy를 만나다
Lima Kedai
Lima Kedai 즈음의 도로에서 너무 힘들어서 쉬고 있는데 한 남자가 우리에게 자리를 권하고 음료수를 사줬다. 100PLUS라고 말레이시아에서는 흔히 마시는 음료로 약간의 탄산에 이온 음료 느낌이 나는 특이한 음료였다. 시원하게 음료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남자의 이름은 Boy이고 배로 운송업을 하고 있고 본인도 자전거를 취미로 하고 있어서 말을 걸어왔다고 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이라며 우리나라의 떡과 비슷한 음식도 권해줬는데 코코넛이 들어가서 그런지 굉장히 달았다.
음료수도 사줬는데 트럭에 음식값도 본인이 지불한 Boy
그 후 Boy와 페이스북 친구 추가도 하고 핸드폰 번호도 나눈 후 Puteri Harbour가 부촌으로 볼 게 많으니까 그곳에서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하면서 자기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하길래 그러자고 약속을 잡고 이동했다.
일단 만난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고 출발
코타 이스칸다르
그렇게 Boy와 헤어진 후 약 13km를 달리다 보니 보이던 모스크 건물과 주정부 청사들이 매우 아름다웠는데, 이 건물들이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에서 영감을 얻고 지어진 건물들이라고 한다.
근데 이 아름다운 모스크 앞에서 우린 뭘 하고 있던 걸까? 더 심한 사진은 생략하겠다.
푸테리 항구
약 7km를 더 주행하니 Puteri Habor에 도착했다. 항구에 대한 인상은 무역품 컨테이너들이 가득 쌓여있고 거대한 운송선이 오가는 그런 항구가 아니라 유람선이나 관광용 선박, 여행 목적의 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로 보였다.
심하게 덥고 습했던 외부와 다르게 건물 안은 시원해서 좋았다. 말레이시아를 다니다 보면 괜찮은 건물의 공공화장실에도 휴지가 없고 옆에 연결된 호스를 이용해 해결하는 듯 보였다.
Olive Kitchen Bar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Boy가 도착했고, 근처의 식당에서 함께 식사했는데 스파게티와 미트볼라이스 같은 요리를 시켜 먹었는데 익숙한 맛이긴 했지만 매우 맛있었다. (당시에는 사진에 대한 의식 없이 먹어버려서…)
오후에 음료와 전통음식을 사준 게 고마워서 저녁은 우리가 사려했었는데, BOY가 자기가 사겠다며 만류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기 생각을 공유했는데, 전 세계의 친구들을 만들어가면서 서로 페이스북으로 꾸준히 연락하면서 서로의 나라에서 빛을 볼만한 사업아이디어 같은 것을 교환하자는 것이었다. 당시까지는 뭐 그런 거창한 생각을 가져본 적은 없어서 그와의 대화에서 약간 시야 넓은 생각을 해볼 기회가 됐던 것 같다.
겔랑 파타
BOY와 헤어지고 숙소가 많을 만한 시내로 이동하는 길
Orient 호텔
겔랑 파타에 도착하여 숙소를 잡고 씻고 휴식을 취하다가 숙소 체크인할 때 보였던 야시장 구경을 하러 나섰다.
Bazar Ramadan Nusa Perintis 야시장
야시장에는 처음 보는 신기한 먹을거리가 많았다. 잡채처럼 생긴 비빔면 맛이 나는 요리가 도시락 한가득 700원에 팔아서 일단 구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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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을 넣은 맛있는 음료를 봉투에 넣어서 주는데 시원하고 달짝지근한 게 좋았다.
그렇게 맛있냐…?
응? 나 찍는 거야? 김~치
아니 김치까지 하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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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 구경 중 안에 카레가 들어가 있는 빵을 살 때는 판매 중인 아이가 너무 아름다워서 둘 다 눈을 못 뗐다는 후문이…(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차도르를 쓴 문화라서 혹시 거부감을 줄까 봐 얘기도 못 해봄)
“사타이”라고 부르는 꼬치 요리 역시 싸고 맛있어서 좋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타이가 그냥 꼬치란 뜻이었다.
꼬치 하나씩 물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이때까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밤에 숙소에 들어올 때만 해도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켜놓고 침대에 덮을 이불이 없는 데도 필요 없겠지, 하고 둘 다 그냥 잤는데 진짜 입 돌아가는 줄 알았다. 자다가 추워서 새벽에 여러 번 깼다. 생각해 보니 태어나서 덮는 이불 없는 호텔을 처음 본 날인 것 같다. (사실 그냥 내려가서 이불 달라고 했으면 될 일이었잖아…)
여행 경로
추정 주행 거리 : 약 50km
여행 경비
경비는 2인 기준이다.
2013.12.17 | 현지 통화 | 원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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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 점심 식비 | 15 MYR | 4,828원 |
선불 유심칩 | 18 MYR | 5,794원 |
물 & 아이스티 | 5 MYR | 1,609원 |
물 | 0.2 MYR | 64원 |
물 | 0.2 MYR | 64원 |
호텔 숙박비 | 60 MYR | 19,314원 |
야시장 야식비 | 11.1 MYR | 3,573원 |
총합 | 109.5 MYR | 35,248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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