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식히러 나온 저녁 산책
리오밤바에 머무른 목적인 침보라소 화산 방문도 마쳤는데, 아직도 이곳에 머무르는 이유는 순전히 각각의 여행을 즉시 글로 남겨두고 싶은 필자의 욕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행 준비와 여행, 그리고 여행 후기 작성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고, 현지의 일상과 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여행이라는 본질 또한 잃지 않는 중간 점을 찾기란 매우 어려웠다.
그럴 때는 다급하게 시간에 쫓길 것이 아니라 이런 과정 또한 여행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하며 일부러라도 종종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산책을 나가는 날이 생겼다.
와중에 틈틈이 엄마처럼 디저트나 무언가를 챙겨주신 숙소 아주머니. 감사했습니다.
자유의 공원
연인을 둘러싼 뱀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저 이뻐서 담아보았던 그라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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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공원 입구. 키토의 거리 이름들이 여러 나라의 이름들이었듯이, 에콰도르에는 거창한 지명을 가진 장소가 많았는데 이곳의 이름은 자유의 공원이었고, 무언가 자유에 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떠나온 여행에서 정작 모국에서보다 더 자유롭지 않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성찰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본래 필자가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인간의 딜레마와도 연결점이 있었다. 인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탐하고, 탐하던 것을 얻고 나면 금방 다른 것을 다시 탐하고는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 욕망 안에서 실제로 얻은 것은 무엇이며, 그것의 실제 가치란 무엇인가? 필자가 짧은 인생 속에서 느낀 점은 그것의 가치는 각자 본인들이 매기는 것이며, 선택의 기회 또한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어차피 끊임없이 탐하고 또 그것을 허무로 돌려야 한다면, 살아가는 동안 될 수 있으면 적은 것을 탐하는 것이 나 자신을 탐욕의 굴레에서 어느 정도 해방할 수 있는 하나의 방책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오곤 했다.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기분과 막상 가진 후 돌아올 허무를 저울질하며, 진짜 간절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욕망만 고르는 것이 최근 필자를 움직이는 가치관이다.
하지만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무거운 생각들과 같이 무게추가 항상 현명한 길을 선택해 주지는 않는 것 같아서 어려운 것 같다.
세상에 100% 완벽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저 완벽해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나아가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자위하며 살아가지만 가끔은 지치기도 하는 것 같다.
말도나도 공원
리오밤바의 시내는 격자처럼 생긴 도시의 모양과 달리 일직선으로 쭉 뻗어있었고, 덕분에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이 단순해서 좋았다.
말도나도 공원의 이름은 굉장히 친숙했는데, 대항해시대 게임에서 단골로 나오는 카리브해 악역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구글맵의 건물 이름이 산타 바르바라 또는 사그라리오 예배당인데, 바르바라면 바르바라고, 사그라리오면 사그라리오지 이도 저도 아닌 이름을 가진 건물은 또 난생처음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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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에는 문이 열려서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필자는 무교이지만 에콰도르에는 성당이 워낙 많아서 걷다 보면 보이는 곳이 다 성당이라, 가끔 들어가서 쉬기도 하고 기도하는 사람들도 살피며 잠깐 앉아 있다가 나오기도 했다.
엘 차카레로 식당
숙소 주인아주머니가 추천해 주신 식당으로 원래는 피자 전문점이라서 방문을 고민했었는데, 이곳에서 판매하는 라자냐의 맛이 궁금해서 찾아갔다.
일단 맘에 들었던 가게의 분위기. 필자는 입구 근처에 앉았었는데, 바람 들어와서 춥다고 더 안쪽 편 자리로 직원이 안내해 주었다.
남미에서 신기했던 문화 중 하나가 식당의 직원이나 관계자가 아닌 식사 중인 일반인들에게도 지나가면서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나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께서도 송구스럽게 인사를 해주시니, 밥 한 끼를 먹는 동안 약 30번 정도 인사를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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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 빵은 피자빵처럼 약간의 치즈가 얹어져 있어서 좀 더 부드럽게 즐길 수 있었다. 라자냐는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반반씩 섞인 믹스또를 주문했는데, 너무너무 맛있었다. 근데 양이 보기보다 매우 많은 편이라 절반만 먹었는데도 벌써 배가 불러와서 곤란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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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축구를 잘하는 편이라고 듣긴 했었는데, 아메리카 리그에서 에콰도르가 다른 쟁쟁한 국가들을 제치고 아르헨티나 바로 밑에 자리 잡은 게 신기했다.
계산서와 함께 주셨던 콜롬비아산 캐러멜. 딱 그냥 마이쮸 같은 맛과 식감이었다.
마음먹고 나선 시내 탐방
저녁 식사 겸 바람을 쐬러 나섰던 어젯밤과 달리 리오밤바 도시가 궁금해서 길을 나섰다. 전통 시장에서나 볼 법한 커다란 통돼지를 올려둔 가게
자유의 광장 옆에 있던 성당
오늘도 역시 보였던 공놀이를 하는 어린 친구들. 남미 국가들이 축구를 잘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소박하지만 아름다웠던 리오밤바의 시내. 다만 확실히 유럽풍의 건축물이 유지되는 곳은 특정 시내 지역뿐이었고, 외곽 지역은 허름한 건물들이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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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프란시스코 시장
그냥 걷다 보니 눈에 보여서 “오 시장이다“하고 들어가 보았던 시장
겉으로 보이는 건물의 규모에 비해서 안의 시장 규모는 너무 작아서 다소 실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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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도스 산 프란시스코
믿거나 말거나 침보라소 화산의 만년설로 만든 아이스크림이라고 해서 꼭 한 번 방문하려고 했던 가게. 시장 건물 안에 붙어있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직진으로 걸어가다가 구글맵을 확인하고는 이미 한참 지나간 것을 깨닫고 다시 돌아왔다.
당연하지만, 얼음이 다르다고 (진짜 다른지 모르지만) 뭔가 특별히 다른 맛 같은 것은 없었지만, 끝맛이 깔끔한 연한 달콤함이라서 오히려 그 아이스크림 특유의 먹고 나면 오히려 더 목말라지는 그런 느낌이 없어서 좋았다.
리오밤바 박물관
다시 쭉 걷다 보면 나오는 박물관 하지만, 공사 중이어서 현재는 폐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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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크레 공원
방문했던 리오밤바의 공원 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공원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특히 중앙에 포세이돈 상과 말도나도 대학의 배경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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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밤바 기차역
딱히 계획하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과거 기찻길을 볼 수 있었던 기차역
과거에는 실제로 운행했었던 기차역이지만, 현재는 폐쇄되고 박물관과 기념품 상점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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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 안에는 자그마한 전시관도 있었지만, 그렇게 잘 관리되고 있지는 않은 듯했다
에콰도르 국장을 형상화한 듯한 작품. 같이 사진을 찍으려면 무려 1달러를 내야 하는데, 그러기엔 작품의 질이 조금 조악하다고 생각했다.
방문한 김에 철도와 한 컷
엘로이 알파로 광장에서 철도 분기점이 아름다워서 찍어본 사진
240도 파노라마 엘로이 알파로 광장 전경
리오밤바 버스터미널
당시에는 시위로 인해 쿠엥카로 가는 버스가 없다고 들어서, 나온 김에 밑져야 본전이지 하고 들렀던 버스터미널
이때 물어보고 표가 없으면 과야킬 표를 구하겠단 마음으로 쿠엥카로 가는 공식 버스 노선인 파트리아 회사에 물어봤는데, 기사님과 매표소 직원과의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명일 밤 10시에 가는 버스를 예약할 수 있다고 하셔서 후다닥 예약을 완료했다.
너무 늦은 시간에 출발하는 표이긴 했지만, 어차피 과야킬을 거쳐서 돌아가도 도착 시간이 애매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버스표 예약까지 완료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었다. 와중에 터미널을 나서는 중에, 눈에 띈 곱창 노점
곱창의 아래에는 감자도 있어서 이 음식 하나로 충분히 한 끼 요기가 되었었다. 곱창은 조금 질기고 간도 짠 편이었지만 맛있었다. (먹는 동안 냄새를 맡은 야생 개가 바로 발밑에서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어서 외면하기 쉽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 보였던 병아리들
이게 한 번 먹으니까 또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상큼한 마라꾸야 맛으로 입가심했다.
여행 경로
여행 경비
경비는 1인 기준이다.
2025.10.05 ~ 06 | 현지 통화 | 원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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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5 저녁 식비 | 13 USD | 18,855원 |
아이스크림 | 0.35 USD | 507원 |
버스 창구 이용료 | 0.2 USD | 290원 |
감자, 곱창 | 2 USD | 2,900원 |
아이스크림 | 0.35 USD | 507원 |
총합 | 15.9 USD | 23,059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