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로 시작하는 출발
우기가 조금 일찍 찾아왔던 에콰도르 날씨는 아침에 주로 맑다가 오후쯤에 비가 내리고 저녁쯤에 잦아드는 비슷한 패턴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필 필자가 출발하는 당일 아침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여행 중 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사실 마음속은 설렘 반 걱정 반이었던 것 같다. 시위 및 파업 상황에서 목적지를 향하는 버스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는 채로 출발한 여행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예약해 뒀던 리오밤바 숙소의 주인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미안하지만 금요일(여행 당일)에 우리는 만날 수 없단다. 사실 어젯밤에 일정이 불확실하니 도착해서 상황에 따라 숙박 연장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미안하다는 답장이 와서 단순히 연장만 불가능한 줄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아예 숙소 측에서 예약을 취소한 것이다.
추측건대 분명 필자가 먼저 예약했던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더 장기 숙박을 예약한 고객에게 방을 빌려주는 얌체 짓을 한 듯 보였다. 뭐 어쩌겠는가. 고객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리액션인 평점 최하점 리뷰를 남겨놓고, 다른 숙소를 부랴부랴 찾기 시작했었다.
심지어 비가 와서 그런지 차도 밀리는 바람에 터미널에도 예상 시간보다 약 30분은 늦게 도착했었다.
키툼베 고속버스 터미널
매우 반가웠던 1시간이 넘게 걸려서 도착한 버스 터미널.
근데 입구에서 살짝 이상함을 느꼈다. 이미 푸에르토 로페스를 다녀온 경험에 의하면 고속버스는 많은 회사가 존재하고 그중 하나의 회사를 선택해서 표를 구매하는데, 여기는 그냥 입구에서 공통된 표를 사는 듯 보여서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여기는 시내버스 정류장이고, 뒤편에 고속버스 터미널이 따로 있다고 한다.
![]() |
![]() |
직원이 알려준 방향으로 걷다 보니 이런 입구가 나왔다.
드디어 진짜 도착한 키툼베 고속버스 터미널
역시 그래도 수도의 버스 정류장이라서 그런지, 지도를 보면 정말로 많은 고속버스 회사가 존재했다. 그 와중에 나의 목적지와 동일한 이름을 가진 버스회사가 눈에 확 띄어서 그곳으로 이동했다.
![]() |
![]() |
4번 창구에 리오밤바 고속버스 회사가 보여서 바로 다음 버스인 11시 30분 버스표를 구매했다. 필자의 경우에는 편해지려고 그냥 이름만 보고 회사를 골랐지만, 서로 다른 회사여도 동일한 목적지를 갖는 버스들이 존재하고 직행인지 돌아가는 버스인지 알 수 없어서 좀 더 신중해지고 싶다면 눈에 보이는 버스 회사들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며 직행버스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승강장에 입장하려면 11시부터 가능하다고 하여서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 버스 정류장을 어슬렁거리며 먹을 것을 찾는 야생으로 보이는 개
개뿐만 아니라 아무리 무시해도 뻔뻔하게 철판을 깔고 외국인 앞에 꼿꼿이 서서 구걸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그런 사람들이 근처에 다가오면 바로 짐 싸서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11시쯤이 되어서 미리 화장실을 들린 후 입장한 승강장. 표에 적혀있는 번호의 승강장에 버스가 있어서 혹시나 우리 버스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누가 모이를 뿌려놨는지, 먹이를 두고 싸움을 벌이는 비둘기들
드디어 도착한 리오밤바행 버스
걱정을 많이 했었지만, 드디어 리오밤바로 출발~! 근데 여담으로 표에 좌석번호가 있는데, 사실상 하등 중요치 않다. 몇 번의 버스에 탑승하는 동안 항상 창 측 번호를 받았는데, 창 측에 이미 누군가 앉아서 비켜줄 생각도 않는다. 심지어 운행 도중에도 끊임없이 손님을 태우기 때문에, 번호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리오밤바 고속버스 터미널
버스는 주행하는 동안 뱅가드와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를 상영해 주었는데, 생각해 보니 푸에르토 로페스에 갈 때의 버스도 분노의 질주 그것도 같은 시즌을 상영해 줘서 회사에 상관없이 영화 재생목록이 같은 건가? 싶었다.
3 ~ 4시간이면 도착한다고 하였으나, 중간중간 수많은 행상인이 난입하고, 새로운 손님들을 태우느라 영화 두 편이 다 끝나도록 도착하지 못하고 약 5시간 후에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 |
![]() |
![]() |
도착한 리오밤바 고속버스 터미널
지도에서 보기에는 생각보다 큰 도시라고 느꼈었는데, 첫인상에는 소박하고 수수하게 느껴졌었다.
그래도 세계적인 프랜차이즈인 KFC가 한 곳도 아니고 여러 장소에 자리 잡고 있었다.
![]() |
![]() |
페루식 중국 요리 치파
오늘 하루 종일 한 끼도 안 먹어서 거리를 걸으며 마땅히 식사를 할 만한 식당을 물색하던 중 눈에 띄어서 들어갔던 가게. 그냥 단순히 가게 이름만 보고 생각해도 중국 요리를 판매할 거로 생각하고 착석했다.
메뉴의 이름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메뉴판에 스페셜 메뉴라고 적혀있었는데, 돼지고기와 채소들과 함께 볶은 볶음면으로 보였다. 가격에 비해서는 양이 정말 장난 아니게 많이 나왔다고 생각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Chifa란 페루식으로 개조된 중국 요리로 페루로부터 시작해서 에콰도르 등 남미 각지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결국 다 먹지는 못하고 남긴 채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배가 불러서 소화도 시킬 겸 숙소를 향해 조금 걷기 시작했다.
![]() |
![]() |
카사 데 마몰
숙소까지 끝까지 걸어온 것은 아니고, 우버는 안 잡히는 것 같아서 인드라이브 앱을 통해 흥정해서 택시를 예약했다.
급하게 당일에 예약하게 된 숙소였지만, 어쩌면 앞의 숙소가 취소된 것조차도 필자가 이 숙소를 만나기 위해 설계된 호재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너무 만족스러웠던 숙소였다. 주인아주머니께서는 필자를 가족처럼 친절하게 대해주셨고, 완벽했던 아침 식사뿐만 아니라 가끔 방에 직접 디저트도 가져다주시는 등 감사할 일이 많았다.
도착해서 침보라소 투어 회사도 발품을 팔 예정이어서 마음 한편이 초조했었는데, 숙소 주인분이 추천해 주신 가이드분이 계셔서 일단 설명을 들어보았는데 원하던 옵션이 다 포함된 상태로 가격도 이전에 알아보았던 것보다 저렴해서 바로 예약했고, 투어까지도 한 번에 해결이 되어서 더욱 마음이 편했었다.
![]() |
![]() |
비밀번호 486은 아니고요. 밑에 검은색 버튼을 두 개 동시에 누르면 숙소 주인아주머니께 연락할 수 있었다.
전화기 옆의 버튼은 현관문 개폐용 스위치였다.
![]() |
![]() |
혼자 머물기에 아늑했던 방 컨디션. 따뜻한 물은 잘 나왔는데, (사실 너무 잘 나와서 탈이었달까…) 수전을 조금만 돌려도 온도가 크게 달라져서 살짝만 돌려도 너무 뜨겁거나 차가울 수 있으므로, 섬세하게 조절만 잘하면 괜찮았다.
![]() |
![]() |
![]() |
![]() |
2층에는 공용 거실 또한 존재했는데, 유럽인들의 휴가철인 8월쯤이 성수기로 숙소에 방이 가득 차는데 그럴 때는 이곳에서 매우 활발한 커뮤니티가 형성된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비수기여서 손님이 거의 없었다.
![]() |
![]() |
3층 옥상엘 나가면 바로 옆 건물과 옥상이 연결되어 있는데, 숙소 주인분과 친구인 집이라서 침보라소 화산을 보기 위해 넘어가도 상관없다고 주인분의 아드님께서 설명해 주셨다.
그나저나 사진에는 잘 담지 못했지만, 이때부터 이미 매우 아름다웠던 침보라소 화산
산타 마리아 슈퍼마켓
짐을 풀고 숙소에 대한 설명을 모두 들은 뒤, 주인분께서 여러 맛집과 마트의 위치를 알려주셔서 일단 마실 물 정도는 사두기 위해서 숙소를 나섰다.
마트 앞에는 현지인들이 길게 줄 서 있어서 무슨 줄인가 했는데 ATM 현금 인출 줄이었다. 근데 피친차 은행 ATM은 수수료가 꽤 비쌌던 것 같은데 현지인들에게 괜찮은 건가 싶었다.
에콰도르에서 꽤 명문대라는 침보라소 국립 대학교와 이곳 지역 주민들이 주로 믿고 있다는 마드레 돌로로사 가톨릭 성당
남미답게 이곳에서도 축구 삼매경인 모습이다.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남미 안에서는 에콰도르가 꽤 축구를 잘하는 국가라고 한다.
숙소에 다시 돌아오자마자 포스트를 작성하던 중 이동하느라 쌓인 피로와 다음 날 아침 일찍 침보라소 화산에 가야하는 이유로 비교적 일찍 취침을 했다.
여행 경로
여행 경비
경비는 1인 기준이다.
2025.10.03 | 현지 통화 | 원화 |
---|---|---|
우버 택시 교통비 | 9.65 USD | 13,856원 |
고속버스 교통비 | 5.5 USD | 7,644원 |
화장실 | 0.15 USD | 208원 |
점심 겸 저녁 식비 | 9 USD | 12,509원 |
인드라이브 택시 교통비 | 1.6 USD | 2,223원 |
4박 숙박비 | 72 USD | 102,609원 |
물, 콜라 | 2.12 USD | 2,946원 |
총합 | 100.02 USD | 141,995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