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시작
토요일 밤 오랜만에 과음하고 짧은 선잠만 자고 깬 후로 다시 잠에 들지 못해서 조금 피곤한 컨디션으로 숙소를 나섰다.
밴은 6시 50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가이드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쨌든 설레는 맘으로 킬로토아 호수를 보러 출발하는 길
밴은 이동 중간에 딱 봐도 세계여행을 하는 듯 엄청난 짐들을 짊어지고 나타나신 이스라엘 모자와 쿠웨이트에서 남미 여행을 왔다는 두 남자를 마저 픽업하고 남쪽을 향했다.
일행이 다 모이자, 가이드는 투어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가이드의 이름은 아드리안이었고, 하루 종일 거의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에 가까운 운전을 해주신 기사님의 이름은 바훌이라고 하셨다.
앞의 이스라엘 어머님은 궁금한 게 많으셨는지 연신 가이드에게 질문하셨고, 뒷좌석에 탑승했던 쿠웨이트 장정 중 한 명의 이름은 핫산으로 오늘 투어 중에 원주민의 집에 방문하는 코스가 있는데 본인들은 이미 어제 아마존 투어에서 원주민들의 생활상을 봤다며, 차에서 대기하고 싶어 했는데 가이드는 단체 여행이기 때문에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하며 모두의 동의에 따라 투어 생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나중에 탑승한 분들 포함해서 딱히 아무도 생략에 동의하지 않아서 결국 그들도 내려서 같이 투어를 해야 했다. )
창밖으로 보이는 산이 빠소초아 화산이라는데, 그냥 언덕 같아 보였다.
챠스키 카페
약 1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식당으로 ATM도 존재하니 현금이 필요하다면 이곳에서 인출하고 출발하면 된다. (킬로토아 호수 근처 식당에서 카드 계산이 안 되었다.)
다른 승객들은 호텔 조식으로 아침을 이미 먹고 온 터라, 나와 가이드, 기사님만 아침 식사를 했다.
일부러 가장 싼 메뉴인 DESAYUNO COMPLETO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음식이 잘 나와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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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다녀오던 중 보이던 특이하게 생긴 건물
론다도르 코토팍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 창문 밖으로 안개가 많이 보여서 호수가 안개로 가려져 있을까 봐 걱정했었다.
코토팍시 국립공원 근처에 자리 잡은 숙소. 사실 공식적인 투어의 동선은 아니고, 이곳에서 합류하는 일행들을 픽업하기 위해 잠시 머물렀다.
여기서는 일행으로 보이는 브라질 여성과 말레이시아 남성이 탑승하고 출발했다.
차 안에서 가이드가 잠시도 쉬지 않고 이것저것 설명해 주셨는데, 에콰도르가 수출하는 여러 가지 상품들을 설명하던 중 장미꽃도 수출한다는 것에 신기했었다. 이곳에서 장미꽃은 약 75~80송이 정도 꽃다발로는 3개 정도를 겨우 5달러면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새우도 수출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부쩍 새우 요리가 잘 보이는구나 싶었다.
또한 에콰도르에는 화산이 총 97개에 활화산이 22개로 화산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았다.
돈 훌리안 아저씨 댁
출발하고 약 1시간 40분이 지나서 사실상 첫 번째 투어 지역인 원주민 아저씨 댁에 도착했다. 이곳에 도착하기 거의 직전에 가이드가 에콰도르의 농사에 관해서 에코시스템이 이렇다저렇다 하시면서 농사에 따로 물 공급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해 주셨는데, 자세한 내용은 놓쳐버렸었다.
열심히 훌리안 아저씨 댁에 대해서 설명하는 가이드. 최근에 낮은 기온으로 인해 집이 피해를 보아서 수리하셨다고 한다.
반갑게 악수를 청해오신 훌리안 아저씨
훌리안 아저씨가 키우시는 양들. 사실 사진에는 없지만 기니피그라던가 많은 가축을 키우고 계셨다.
에콰도르의 농사에 관해서 설명 후 우리를 안으로 인도했던 가이드 아드리안
오늘의 주인공 돈 훌리안 아저씨. 76세라고 하시는데, 가이드 말로는 아마 더 나이가 많으실 수도 있다고 한다. 어머님은 70세라고 하셨다. 원주민의 모국어는 스페인어가 아니라 케추아어이고, 스페인어를 제2 언어로 사용하신다고 한다.
보통 식사 준비를 하실 때 피운 불로 난방을 하신다는데 외투까지 입고 집 안에 있는데도 한기가 느껴지는데 여기서 어떻게 생활하시나 신기했다.
자꾸 손에 쥐여주시던 직접 재배하신 작물들 너무 많이 쥐여주셔서, 다 찍긴 어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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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초를 짜실 때 쓰신다고 직접 깎으신 양털들
엔쎄보야도 속에 감자 같던 유카. 조리 전에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약간 과도한 정보인 것 같았지만 훌리안 아저씨는 4명의 자식과 10명의 손주가 있다고 하신다. 세계의 대부분의 감자, 옥수수는 아메리카로부터 수출되고 있는데, 훌리안 아저씨의 농장도 대부분 감자라고 하셨다.
나중에 갤러리에 들렀을 때 그림 속 원주민의 집이 아저씨 댁과 똑 닮아서 옆에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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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설명은 기니피그와 관련된 점 이야기였는데,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올 때 기니피그가 울면 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쫓아냈다고 한다. 다른 검은색 기니피그 이야기도 있었는데, 제대로 못 들었다.
반갑습니다! 다 같이 한 컷
사실 투어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는데 지나고 사진 속 그를 보며 우리 외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살짝 울컥했다.
아니 심지어 할머님도 우리 외할머니가 떠오르게 하는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사진 찍을 때 ‘김치’라고 하듯이 훌리안 아저씨는 누군가가 함께 사진을 찍을 때마다 주문을 외우셨는데, 설령 이 일이 보수를 받고 하시는 거라고 하더라도 무언가 마음이 아팠다. 제가 뭐라고 감히 측은지심을 가져서 죄송스러웠습니다.
호수 가는 길
훌리안 아저씨와 헤어지고 다시 호수로 향하는 길, 가이드가 잠자는 호랑이 산이라고 설명을 해준 것으로 기억하는데 구글이나 AI에도 관련한 정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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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구아의 첫 번째 화가 갤러리
사실 막상 도착했을 당시에는 건물 외관도 그렇고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방문했던 갤러리. 하지만, 막상 갤러리에 들어서서 관람을 시작하면서 느낀 것이 그려져 있는 그림들이 굉장히 나이브한 느낌에 밝고 기운찬 느낌을 주는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이런 예술에 문외한이라서 뭐가 대단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그림을 보고 느낀 감상은 그랬다.
여행을 마치고 궁금해서 검색해 보았는데 현지 케추아 원주민 공동체에서 시작된 민속 회화 양식인 티구아 화풍은 라틴아메리카 민속 예술 분야에서 유명하다고 한다. 주로 양가죽에 그려지며, 안데스산맥, 마을 생활, 축제, 전설 등을 밝은 색감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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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미 와이쿠
원주민의 비율이 90% 이상이라는 Zumbahua 커뮤니티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이동하다 보니 금방 도착한 짧게 들리는 전망대이다.
화산 폭발 후 붕괴했던 지형에 빙하가 생겼다가 녹으면서 만들어진 협곡과도 같은 지형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해 주셨다.
여기서도 다 같이 기념사진 한 컷
240도 파노라마 챠미 와이쿠 전경
이곳까지 오는 내내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산은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 농장으로 덮여있어서 농산물 공급이 뛰어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츄키라와 식당
드디어 도착한 킬로토아 호수의 매표소
츄키라와 식당은 가이드가 정해준 집합 장소로 약 2시간의 자유시간을 마치고 모이기로 했던 식당이다. 먼저 다 같이 들어가서 점심 메뉴를 예약하던 중 쿠웨이트 사람인 핫산과 조금 대화할 시간이 생겼었는데 그들도 남미 여행 중이었고 본인들 말로는 비자 때문에 페루와 에콰도르만 방문했고 이제 곧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더 대화를 이어 나가려는 때 가이드가 출발하자고 모아서 부랴부랴 달려 나갔다.
킬로토아 호수
호수에 오는 동안 가이드가 여러 번 반복해서 얘기했던 내용이 다른 보편적인 하이킹들과 달리 해발 4,200m인 이곳까지 차로 올라와서는 걸어서 호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2시간 안에 올라올 자신이 없으면 어지간하면 위에서 전망대나 주변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다른 산의 경우에는 하이킹을 포기할 경우 차에서 대기해야 해서 지루하고 즐길 거리가 없을 수 있지만, 이곳은 이미 정상이기 때문에 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풍경이 좋기도 했다.
도착하자마자 가이드가 찍어준 만세 사진
구글 지도상으로 본 하이킹 코스이다. 하지만 높은 경사로 인해 길이 지그재그로 되어있고,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로 이루어져 있어서 안정적으로 걷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이리 쉽게 올라와서 관람할 수 있다니 너무나도 신기했다. 백두산 천지를 가본 적은 없지만 언제고 TV에서 애국가가 흘러나오며 함께 비쳤던 그 백두산 천지와 비슷한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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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지나가던 여성 여행자분께 부탁드렸던 사진. 원하는 구도가 있어서 먼저 찍어드리고 똑같이 찍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예 뭐… 그렇게 됐습니다…
어쩌다 보니 가위바위보 자세가 되어버렸다.
이게 그 Behind The Scenes(BTS)인가? 나를 찍어주는 일행들을 찍어주는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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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도 파노라마 킬로토아 호수 전경
천천히 내려가다가 멈출만한 공간이 보이면 어디가 사진이 잘 나오나 계속 찍어보았다.
시종일관 운영되던 승마 상품으로 호수까지 내려가는 것은 아주 어렵지 않지만 4,000m에 달하는 고산지대에서 다시 올라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서 탑승한 손님들이 많이 보였다.
위에 도달해서 손님이 내리고 나면 주인이 다시 말들을 끌고 뛰어 내려오는데, 안 그래도 바닥이 모래인데 먼지가 엄청나게 날려서 힘들었다. 바닥에 말의 배설물들도 많이 널려있었다.
가이드도 호수 도착 전에 정말 긴급하게 올라오기 힘든 상황이 아니라면 이용하지 않는 것을 권장했다. 말에서 떨어지는 낙마 사고나 말의 뒷발에 차여서 다친 고객들도 있었다고 했다.
대략 호수로 내려가는 길이다. 필자는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에 신발과 옷도 더 더러워질 것 같고, 말이 자꾸 지나갈 때마다 먼지를 날려서 절반쯤만 내려갔다가 올라왔다.
내려갈 시간에 이쁜 풍경을 조금이라도 더 담고 싶어서 찍은 영상
역시 남는 건 사진뿐 아니겠나?
한정된 시간만 볼 수 있는 경치라는 생각에 실컷 구경 중인데, 남미 친구들이 아시안이 신기한지 자꾸 말을 걸어와서 MBTI I는 기가 다 빨려버렸다는 후문이… 축 처진 어깨 보이시나요? 그래도 사진은 고마워요.
집합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올라가는 길. 입구가 뭔가 밑에서 보니까 웅장해 보여서 찍어보았다.
호수에 도착한 우리 투어 일행들. 반만 내려갔던 필자와 이스라엘 모자는 식당에서 일행들을 기다리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막내 아들분과 세계여행 중이시며 따님이 두 분 더 있으시다고 하셨다. 아들분이 듀오링고와 8개월간의 남미 여행으로 스페인어가 많이 느셨다고 하는 것을 듣고 나도 스페인어 실력이 늘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올라오는 길이 확실히 쉽지 않았는지 일행들은 약속 시간보다 2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점심 메뉴는 볼로네스 파스타와 구아바나 주스였는데 사실 처음에 주문할 때 12시쯤에 당장 먹는 줄 알고 주문했던 메뉴인데 나중에 먹게 되어서, 다른 메뉴를 주문할 걸 후회도 살짝 하긴 했다. 그런데 막상 파스타도 맛있고, 주스도 상큼해서 좋았는데, 파스타가 가격에 비해 양이 너무 많아서 이걸 좋았다고 해야 할지… 결국 다 먹긴 했지만 너무나도 배불렀다.
돌아오는 길
레이 판 푸힐리 베이커리
키토에 복귀하기 전 마지막으로 들렸던 휴게소 느낌으로 이곳에서 이스라엘 모자와 브라질 여성, 말레이시아 남성과는 목적지가 달라서 헤어졌다.
투어를 완료하고 키토에 도착. 쿠웨이트 사람들과 가이드와 헤어지며 들었던 생각이, 점심 먹으면서 내적 친밀감이 점점 쌓여가고 있었는데 같이 투어했던 일행들과 이렇게 바로 헤어지게 되어서 조금 아쉬웠다.
집에 도착하고 씻고 나오자, 저녁 메뉴는 맛있는 김치볶음밥이었다. 필자가 계란을 잘 못 뒤집어서 모양이 안 이쁜 것은 비밀이 아니다.
여행 경로
여행 경비
경비는 1인 기준이다.
2025.09.07 | 현지 통화 | 원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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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로토아 호수 투어비 | 53.47 USD | 73,887원 |
아침 식비 | 5.5 USD | 7,644원 |
점심 식비 | 8 USD | 11,119원 |
총합 | 66.97 USD | 92,65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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